(번역글) The Blockchain Economy: A beginner’s guide to institutional cryptoeconomics

* RMIT 블록체인 이노베이션 허브의 Chris Berg, Sinclair Davidson, Jason Potts가 작성한 글을 번역하였습니다. 설명이 필요한 부분은 이해를 돕기 위해 부가적인 설명을 더했고, 글의 맥락상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되는 부분은 삭제하였습니다. 미숙한 번역으로 오역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이 글을 작성한 Chris Berg, Sinclair Davidson, Jason Potts는 최초의 블록체인 관련 정치, 경제, 사회 그리고 법을 연구하는 RMIT 블록체인 이노베이션 허브의 소속되어 있습니다.


Introduce

블록체인은 Digitalized, Decentralized, Distributed된 장부입니다.

블록체인의 중요성에 대한 이야기는 비트코인과 돈의 역사에서부터 시작합니다. 물론 돈은 블록체인의 첫 번째 활용 사례일뿐 앞으로 블록체인을 논할 때 있어서 돈이 가장 중요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회계 장부처럼 실용적이지만, 재미없고 고리타분한 것으로 여겨지는 장부가 어떻게 이제와서 세상을 바꿀 혁명적인 기술로 묘사되는 것이 이상하다고 생각할 수 있을텐데요, 그러나 반대로 장부가 중요하기 때문에 그 역할을 하는 블록체인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Ledgers all the way down

장부는 어디에나 존재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단순히 회계 거래를 기록하는 것 이상의 일을 합니다. 장부는 특정한 규칙에 의해 구조화된 데이터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때문에 우리는 어떤 사실에 대해 합의가 필요할 때 장부를 활용할 수 있죠. 이렇게 만들어진 장부와 장부에 기록된 정보들은 현대 경제를 뒷받침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장부는 소유권을 증명하는 역할을 합니다. 장부는 누가 어떤 재산을 소유하고 있는지 증명하고, 해당 재산과 관련된 주의사항이나 제약사항이 있는지 알려줍니다. 경제학자 Hernando de Soto는 재산의 소유를 증명할 수 있는 장부가 없는 경우 사람들이 겪는 잠재적인 피해를 겪는지에(특히 가난한 사람들) 대해 이야기해왔습니다. 생각해보면 기업은 통일된 목적을 가지고 소유권, 고용관계, 생산관계를 포괄하는 네트워크로서 하나의 장부라고 할 수 있고요. 사교 클럽은 누가 클럽으로부터 혜택을 받을 것이고, 누가 그렇지 못할 것인지를 구조화한 장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두 가지 모두 앞서 설명한 장부의 정의를 참고하여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장부는 정체성을 증명하는 역할을 합니다. 기업들은 거버넌스를 기록한 장부에 자신들의 정체성과 세법상의 분류를 함께 기록하고 있습니다. 또한 사람은 출생 및 사망 신고, 그리고 결혼 신고 등은 중요한 순간의 개인의 존재를 기록으로 남기고, 해당 정보를 이용하여 개인과 사회 시스템이 상호작용할 때 신원을 확인하죠.

장부는 신분을 확인하는 역할을 합니다. 시민권은 국가의 일원으로서 가져야 하는 의무와 권리를 기록하는 장부입니다. 투표권 또한 장부이며, 이는 투표권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투표를 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죠. 또한 고용권은 계약상 고용된 사람들이 노동의 대가를 청구할 권리를 부여하는 장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장부는 권한을 확인하는 역할을 합니다. 장부는 누가 국회의원의 자격을 가질 수 있는지, 누가 어떤 은행 계좌에서 돈을 인출할 수 있는지, 누가 아이들과 관련된 일을 할 수 있고, 누가 제한 구역에 들어갈 수 있는지 파악하는 역할을 합니다.

가장 근본적인 의미에서 장부는 우리 세계의 경제적, 사회적 관계를 구조화, 또는 구조화할 수 있는 도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어떤 사실에 대한 합의, 그리고 사실이 바뀌었을 때의 합의는 사실상 장부에 기록된 내용에 대한 합의와 장부의 정확성에 대한 신뢰에 의존하고 있으며, 이것은 시장 경제의 근본의 역할을 하고 있죠.


Ownership, possession, and ledgers

여기서 중요하지만 놓치기 쉬운 것이 있는데요, 바로 Ownership과 Possession의 차이입니다. (이 글에서는 두 단어의 차이를 구분하기 위해 ownership과 possession이라는 단어를 그대로 사용하겠습니다. 참고로, Ownership은 물건, 재산, 권리가 특정인에게 완전히 귀속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하고, Possession은 단순히 소지하고 있다는 뜻으로 소유보다는 점유에 가깝다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여러분은 모두 여권을 가지고 있을 텐데요, 모든 국가는 국경을 넘는 사람들을 통제할 권리를 가지고 있고, 각 국가는 어떤 사람이 자신의 나라를 여행할 권리를 가지고 있는지 장부에 기록하고 있죠. 이때 여권은 장부를 참조하여 특정인의 여행할 권리를 증명하는 일종의 물리적인 토큰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모든 것들이 디지털화되기 이전에 possession이란, 어떤 권리에 대한 Ownership을 의미했습니다. 예를 들어, 호주의 여권은 각 주 정부의 장부를 기반으로 만들어졌는데요, 국경 관리자들은 여권을 소지한 사람이 여행 허가를 받은 사람이라고 추측할 수 있었죠. 즉, 여권을 소유한 사람은 여행할 수 있는 권리를 소유한 사람이라고 여겨졌던 것입니다. 물론 이러한 방법은 괴리가 존재했고, 국경을 통제하기 그리 좋은 방식은 아니었습니다. 중요한 것은 여권의 소지와 여행권의 소유의 등식이 존재했다는 부분입니다.

벨기에 여권 <호주 국립문서보관소>
벨기에 여권 <호주 국립문서보관소>

Possession은 Ownership을 포함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Possession이 Ownership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겁니다. 이는 현대의 여권은 각 주 정부가 아닌 연방 정부에서 특정인의 여행할 수 있는 권리를 직접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서 알 수 있죠. 이러한 디지털 기능은 항공사와 출입 관리국이 국가의 여권 데이터베이스를 조회할 수 있게 하고, 승객이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도록 합니다.

여권은 Ownership과 Possession을 구분할 수 있는 간단한 예시이지만, 비트코인에도 같은 예시가 적용될 수 있습니다. 화폐 역시 장부이기 때문이죠.

일반적으로 화폐 교환권을 소지하고 있는 것은 화폐를 소유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당연한 이야기처럼 들릴 텐데요, 19세기에는 화폐 교환권을 소지하고 있는 사람이 은행에 가서 교환권의 명시된 만큼의 화폐를 인출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발행된 화폐들은 은행의 직접적인 부채였고, 모두 장부에 기록되었죠. 이렇게 지폐의 소유권을 나타내는 교환권과 이를 사용하여 은행에서 돈을 인출할 수 있었다는 것은 화폐의 도난과 위조가 발생하기 쉽다는 것을 의미했습니다. 이는 Possession이 Ownership을 증명하는 구조가 가진 취약점의 또 다른 사례이죠.

물론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에서는 5달러짜리 지폐를 은행에 주고 금을 달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만, 그 관계는 아직까지 지속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화폐의 가치는 여전히 화폐의 안정성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화폐를 발행한 정부에 의존하고 있는데요, 짐바브웨, 유고슬라비아, 그리고 전쟁 이후의 독일에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사회적 합의가 무너지는 시그널이 발생하거나, 화폐의 안정성을 보장하는 정부에 대한 신뢰가 낮아질 경우 “화폐 === 부”라는 등식은 사라지게 되죠. 화폐는 장부와의 관계 안에서만 그 가치를 보장받으며, 그 관계가 무너지게 되면, 화폐의 가치도 무너지게 되는 겁니다.


The evolution of the ledger

지금까지 나열한 모든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원장 기술은 처음 만들어진 이래 지금까지 거의 변하지 않았습니다.

최초의 장부는 인류가 문서를 가지고 소통하기 시작하면서 만들어졌습니다. 장부와 문서는 고대 근동에서 생산, 무역, 부채를 기록하기 위해 함께 발전했는데요, 이 시기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점토판에는 배급량, 세금, 노동자에 대해 자세히 기록한 설형문자가 새겨져있었습니다. 또한 이 시기에 최초의 국제적 ‘커뮤니티’는 분산 장부와 비슷한 기능과 구조를 가진 동맹 네트워크였죠.

바빌로니아 후기 장부의 파편<대영박물관>
바빌로니아 후기 장부의 파편<대영박물관>

장부의 첫 번째 중요한 변화는 14세기에 일어난 복식부기의 발명이었습니다. 차변과 대변을 모두 기록함으로써 복식부기는 여러 분산된 장부의 데이터를 보존하고, 서로 다른 데이터가 기입된 장부들 사이의 정보를 조정하는 것을 가능하게 했죠.

19세기에는 대기업과 관료적인 조직이 등장함으로써 원장 기술은 또 한 번 발전하게 되는데요, 이렇게 만들어진 중앙집중식 장부는 조직의 규모와 범위를 극적으로 확장시킬 수 있었지만, 중앙 기관에 대한 신뢰에 전적으로 의존해야 하는 구조였습니다.

19세기는 대기업과 관료기구의 등장으로 원장 기술의 다음 발전을 보았다. 이러한 중앙집중식 장부는 조직의 규모와 범위를 극적으로 증가시킬 수 있었지만, 중앙집중식 기관에 대한 신뢰에 전적으로 의존했다.

20세기 후반에 이르러서는 아날로그 장부에서 디지털 장부로 전환이 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1970년대에는 앞서 예시로 삼았던 호주의 여권 장부가 디지털화, 중앙화되었고, 중앙기관들은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복잡한 방식으로 계산, 분석, 추적, 그리고 배포를 할 수 있게 되었죠.

20세기 후반에 장부는 아날로그 장부에서 디지털 장부로 이동했다. 예를 들어, 1970년대에 호주 여권 원장이 디지털화되고 중앙 집중화되었다. 데이터베이스는 더 복잡한 배포, 계산, 분석 및 추적을 가능하게 한다. 데이터베이스는 계산 및 검색이 가능합니다.

그러나 장부의 디지털 전환의 핵심이 되는 데이터베이스는 여전히 신뢰에 의존하고 있으며, 디지털화된 장부 역시 그것을 유지하고 관리하는 조직 또는 개인에 대한 신뢰에 의존하고 있죠. 블록체인이 해결하는 것이 바로 이 문제입니다. 블록체인은 장부를 유지하고 검증하기 위해 신뢰할 수 있는 중앙기관에 의존하지 않을 수 있게 하는 기술이자 탈중앙화된 장부라고 할 수 있습니다.


Blockchain and the economic institutions of capitalism

현대의 자본주의적 경제 구조는 이러한 장부를 보완하고 활용하면서 발전해왔습니다.

2009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Oliver Williamson은 사람들이 중개 기관의 상대적인 거래 비용을 고려하여 제품을 생산하고 교환한다고 주장했는데요, 이때 거래 비용에 대한 Williamson의 접근법을 이해하는 것은 어떤 기관이 장부를 관리할 의무를 갖는지, 또 왜 그래야 하는지 이해할 수 있는 핵심이 됩니다.

정부는 자국의 국민 또는 자국령에 포함된 이들의 권리와 의무, 그리고 접근성에 대한 장부를 가지고 있습니다. 정부는 시민권, 여행권, 납세 의무, 사회 안전 및 재산 소유에 대한 장부, 즉 데이터베이스를 유지하는 신뢰할 수 있는 기관이죠. 또한 장부에 명시된 내용을 실제로 집행하는 역할을 맡고 있기도 합니다.

기업은 고용과 책임, 물적 자본과 인적 자본의 소유와 사용, 공급자와 고객, 재적 재산과 기업의 특권 등에 대한 폐쇄적이고 독점적인 장부를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기업은 ‘여러 계약의 결합’이라고 이야기할 수도 있는데요, 이는 기업의 가치가 각각의 가치를 가진 계약들과 이런 계약들의 구조화를 통해 비롯되었기 때문입니다. 즉, 기업은 사실상 계약과 자본을 기록한 장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블록체인은 기업과 정부가 더 효율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방식으로 기존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게 합니다. 다국적 기업과 글로벌 기업 네트워크는 다양한 시간대와 글로벌한 지역에서 세밀하게 거래를 조정해야 하는데요, 블록체인 기술은 이를 즉각적으로 가능하게 합니다. 정부는 블록체인의 불변성을 활용하여 재산의 소유권과 신원 기록이 정확하고 변조되지 않도록 보장할 수 있습니다. 또한 블록체인 애플리케이션에 대한 적절한 규칙은 시민과 소비자들이 자신들의 데이터를 더 잘 관리하고 통제할 수 있도록 하죠.

반대로 블록체인 기술은 정부, 기업과 경쟁하기도 하는데요, 이는 블록체인이 제도적인 기술이며, 정부와 기업이 관리하는 독점적이고 폐쇄적인 장부가 아닌, 이와 구별되는 새로운 장부를 만들어내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활용에 따라서는 정부와 기업의 역할을 대체할 가능성도 있는 것이죠.

2009년 이후 새로운 자본주의 기관
2009년 이후 새로운 자본주의 기관

이야기했던 것과 같이 블록체인은 기업이 사용할 수도 있지만, 기업을 대체할 수도 있습니다. 기업의 본질이라고 이야기했던 ‘계약과 자본의 장부’는 블록체인을 통해 이전에는 불가능했던 방식으로 분산되고 분배될 수 있죠. 또한 그동안 정부의 역할이었던 정체성, 소유권, 등에 대한 기록은 블록체인을 통해 정부의 지원 없이도 유지되고 집행될 수 있습니다.


Institutional cryptoeconomics

이것이 현재 제도적 암호경제학이 연구하고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제3자의 중앙기관을 신뢰할 필요 없이 암호학적으로 안전한 장부를 만드는 것이죠. 다른 모든 분야와 마찬가지로 경제학에도 현상을 해석하는 다양한 관점이 존재합니다.

먼저 고전주의, 그리고 신고전주의인데요, 이름에서 알 수 있다시피 신고전주의는 고전주의를 계승했습니다. 물론 고전주의와 신고전주의가 완전히 같지 않고, 유사한 것 이상으로 다른 점도 있습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고전주의, 신고전주의 경제학자들은 합리적 인간을 전제로 하고 있습니다. 또한 가격의 기능에 따라 생산과 소비가 조화를 이룰 수 있다는 관점을 가지고 있죠. 이들은 경제학을 희소한 자원의 생산과 분배, 그리고 생산과 분배에 영향을 주는 요소을 연구하는 것이라고 이해하고 있습니다.

반면, 제도경제학은 기본적으로 경제를 법, 언어, 사회 규범, 이념과 같은 일종의 규칙이라고 생각하는 관점인데요, 제도경제학자들은 이러한 규칙이 각기 다른 이익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같은 목표를 추구하고 협력을 이룰 수 있게 한다고 주장합니다. 또한 규칙은 경제뿐만 아니라 정치적, 사회적 협력에도 적용될 수 있다고 이야기하죠.

일반적인 암호경제학이라고 불리는 것은 블록체인과 실제 블록체인 구현의 기반이 되는 경제 원리와 이론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단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즉, 게임이론과 인센티브를 통해 메커니즘을 설계하는 것이죠.

이에 반해, 블록체인과 암호경제을 제도경제학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시각도 존재하는데요, 제도적 암호경제학이라고 하는 이러한 관점은 제도경제학과 유사한 관점으로, 경제를 거래를 조직하는 시스템이라고 이해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인 제도경제학과의 차이점은 규칙 자체에 집중하기보다는 규칙에 의해 구조화된 데이터, 즉 장부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제도적 암호경제학은 1) 장부를 다스리는 규칙과 2) 장부를 관리하기 위해 만들어진 정치, 사회, 경제 기관, 3) 그리고 블록체인의 발명이 장부와 장부를 관리하는 기관들을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가에 주막하고 있습니다.


The economic consequences of the blockchain

제도적 암호경제학은 블록체인 혁명이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사회적으로 어떤 변화를 만들어낼 것인지 이해할 수 있는 도구를 제공합니다.

블록체인은 실험적인 기술입니다. 많은 기업가들이 블록체인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을 텐데요, 어떤 장부들을 블록체인으로 이동할 것이고, 어떤 기업가들은 장부를 블록체인으로 옮기려다 실패할 것입니다. 모든 것에 블록체인이 적용되는 것은 어려운 일일 수 있죠. 아직까지는 킬러앱도 부족하다고 생각되고요. 무엇보다 아직까지 장부와 암호, P2P 네트워크의 조합이 어떤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도 어렵습니다.

블록체인의 상용화를 위해 넘어서야 하는 장애물들은 여전히 많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세계 경제는 그것의 기반이 되는 시스템이 어떻게 재구성되고, 해체되고, 재편될 것인지에 대한 거대한 불확실성 앞에 놓여있죠.

블록체인의 적절한 활용 분야는 ‘발견’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블록체인 기술은 이미 장부를 관리하고 통제하는 기관들에 의해 현실 세계의 정치와 경제 시스템 위에서 적용되어야 하죠. 장부는 매우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고, 블록체인이 적용 가능한 분야는 매우 포괄적이기 때문에 우리 사회의 기반이 되는 근본적인 원칙들에도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Institutional creative destruction

우리는 전에도 이와 같은 혁명을 겪었습니다.

비트코인과 블록체인의 발명을 인터넷과 비교하는 것은 매우 흔한 예시라고 생각하는데요, 인터넷은 사람들 사이의 상호작용과 비즈니스를 하는 방식에 있어서 혁명을 가져온 강력한 도구입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인터넷과 블록체인을 비교하는 것은 블록체인을 과소평가하는 것이죠.

인터넷은 우리가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소통하고 교환할 수 있도록 해주었습니다. 그러나 블록체인은 ‘근본적으로’ 다르게 거래할 수 있게 만들어줍니다. 이에 대한 더 좋은 메타포는 ‘시간을 발명한 것’이 아닐까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기계적인 시간이 만들어지기 이전에는 인간의 모든 생활은 자연의 일시적인 현상에 영향을 받아왔는데요, 사람들은 수탉의 울음소리로 아침인 것을 알 수 있었고, 해가 지고 어둠이 깔리면 밤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일상적인 생활을 하는데는 지장이 없었지만, 많은 사람들이 정밀한 협력을 이루기 위해서는 시간에 대한 좀 더 독립적이고 체계적인 합의가 필요했죠. 경제사학자 Douglas W. Allen은 오랫동안 경제가 발전하지 못했던 이유로 시간의 지나친 가변성을 꼽기도 했습니다.

12세기에 발명된 Jayrun 물시계
12세기에 발명된 Jayrun 물시계

Allen은 “시간을 측정할 때 변동성의 감소의 효과는 어디에서나 느껴졌다”라고 이야기했죠. 기계적인 시간은 이전까지는 불가능했을 뿐만 아니라 상상할 수 없었던 수준의 경제적 협력을 가능하게 했습니다. 기계적인 시간은 무역과 거래가 발생할 떄 End to End로 동기화가 가능하도록 했습니다. 이것은 생산과 운송이 시스템을 갖춰 효율적으로 운용될 수 있도록 했죠. 또한 이것은 하루를 구조화하고 일하는 시간에 따라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 수 있게 해주었고, 노동자들은 자신들이 공평하게 보상받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죠. 그리고 고용주와 노동자 모두 계약이 이행되었는지 확인할 수 있는 표준적이고 독립적인 문서를 만들어 열람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Complete and incomplete smart contracts

Oliver Williamson과 Ronald Coase(1991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는 ‘계약’이 현대의 경제, 비즈니스 조직의 심장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계약은 제도적 암호경제학의 핵심이 되는 것이죠. 이것이 바로 블록체인이 가장 혁명적인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 지점이 되는 것입니다.

블록체인에은 스마트 컨트랙트를 통해 미리 합의한 계약이 자동으로, 자율적으로, 안전하게 실행될 수 있게 합니다. 스마트 컨트랙트는 회계사, 감사인, 변호사 등이 하는 일들을 포함해 계약이 제대로 실행되고 있는지 관리하고 감독하는 모든 작업을 대체할 수 있죠.

그러나 스마트 컨트랙트의 한계는 알고리즘으로 작성될 수 있는 일에 제한되어있다는 겁니다. 이에 관해서는 경제학자들이 구분한 완전한 계약과 불완전한 계약에 대한 설명으로 이어나갈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완전한 계약은 발생가능한 모든 상황을 명시한 것을 의미합니다. 불완전한 계약은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 발생할 경우 계약 조건을 다시 협상할 수 있는 경우를 의미하죠. 때문에 불완전한 계약은 예상하지 못한 경우에 대비하여 추가적인 설명이나, 지침을 명시해야 하죠. 그러나 사실상 발생할 수 있는 모든 경우를 명시한다는 것은 불가능하기 이것을 알고리즘으로 구현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반면, 불완전한 계약은 많은 비용을 수반하지만 계약 당사자들의 합의에 따라 계약이 체결되고 실행될 수 있습니다.

스마트 컨트랙트는 불안전한 계약에서 발생할 수 있는 정보 비용과 거래 비용을 낮춥니다. 스마트 컨트랙트는 이를 통해 다양한 분야에서, 다양한 규모의 계약을 쉽고 저럼하게 작성하고 실행할 수 있게 하죠. 즉, 블록체인은 스마트 컨트랙트를 통해 계약의 장벽을 낮춤으로써, 작은 플레이어들도 지배적인 플레이어와 동등학 조건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런 변화가 어떻게 그리고 언제 일어날 것인지에 대한 세부적인 내용은 기업가들이 해결해야 할 과제이자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이 시점에 이야기되어야 하는 것이 바로 오라클인데요, 오라클이란, 블록체인 외부의 데이터를 블록체인 안으로 들여오고, 블록체인의 데이터를 외부로 내보내는 것을 의미합니다. 스마트 컨트랙트는 불변성이라는 특성을 갖기 때문에 한 번 배포되면 일반적인 애플리케이션처럼 자유롭게 수정할 수 없기 때문이죠.

블록체인 혁명에서 얻을 수 있는 진정한 수혜는 더 낫고, 강력한 오라클을 개발하는 것에 있습니다. 즉 불완전한 계약을 알고리즘으로 만들고, 이것을 블록체인 위에서 실행할 수 있을 수준의 완전한 계약으로 발전시키는 것이죠.

중세 시대의 상업 혁명은 상인법의 발전으로 가능해졌는데요, 중세 유럽의 상인들은 주요 교역로와 주요 상업중심지 곳곳에 상인법을 시행할 만한 재판소와 중재기관을 세우고, 신속하고, 값싸고 효율적인 방법으로 분쟁을 해결하는 시스템을 구축했습니다. 그러나 블록체인에 있어서 이러한 혁명은 아직까지 도래하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Whither government?

그렇다면 블록체인은 지금의 정부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요? 블록체인 경제는 세금부터 시작하여 규제와 서비스까지 정부가 제공하는 프로세스의 다양한 부분에서 압력을 가하고 있습니다.

은행에 대한 정부의 규제는 대중과 상호작용하는 금융기관의 안전과 건전성을 보장하기 위해 발전해왔습니다. 대표적인 규제인 유동성과 자본 요구사항은 예금주와 주주가 은행의 장부를 열람할 수 없다는 사실에 때문에 정당화되어 왔죠. 또한 예금자와 주주들은 회사와 경영진에게 영향을 주는 것이 불가능했습니다.

뱅크런은 예금자들이 은행이 자신들의 예금을 커버하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을 발견하거나, 또는 상상할 때 발생하며, 뱅크런이 발생하면 예금자들이 은행으로 달려가 서둘러 자신들의 돈을 인출하게 되죠.

1964년 Mary Poppins 은행의 뱅크런
1964년 Mary Poppins 은행의 뱅크런

이 부분에서 블록체인이 적용될 수 있는데요, 블록체인을 통해 예금자와 주주들이 은행에 예치된 적립금과 대출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여 은행의 임직원, 경영진과의 정보 비대칭을 제거할 수 있습니다.

시장에 대한 규제는 여전히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블록체인의 불변성에 대한 대중의 신뢰는 단순히 상상하는 것만으로 뱅크런이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할 수 있죠. 규제 기관의 역할은 블록체인이 정확하고 안전하게 설계되었음을 인증하는 것으로 제한될 수 있을 겁니다.

좀 더 광범위한 적용 사례로는 크립토뱅크, 즉 블록체인 애플리케이션으로, 빌리는 사람과 빌려주는 사람이 직접 매칭되는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스마트 컨트랙트에 의해 알고리즘으로 구조화된 크립토뱅크는 투명성 측면에서 공개된 블록체인 장부가 있는 은행과 동일하지만, 규제기관의 필요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있다는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크립토뱅크는 자체적으로 청산될 수 있습니다. 만일 크립토뱅크가 파산하게 된다면 크립토뱅크의 기초자산은 주주와 예금자들에게 자동으로 지출될 수 있다는 것이죠. 이러한 프로세스 상에서 정부와 같은 제 3자의 규제기관이 이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Tyler Cowen과 Alex Tabarrok은 정부규제의 역할이 정보 비대칭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함이라고 주장해왔습니다. 블록체인 애플리케이션은 이러한 정보의 분포를 크게 증가시키고, 해당 정보를 더 투명하고, 영구적이며, 접근 가능하도록 만들 수 있습니다.

블록체인은 소위 ‘Regtech’라고 불리는 감사, 준법, 시장 감시 등 전통적으로 규제준수 서비스에 기술을 적용한 분야에 적용될 수 있는데요, 물론 블록체인 세계에서 새로운 소비자 보호나 시장 통제를 요구하는 새로운 경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되는 것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은행을 포함한 기존의 경제 주체들이 겪게 될 구조조정은 단순히 규제를 어떻게 실행해야 하는가를 넘어서 규제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질문하게 만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Whither Big Business?

블록체인이 대기업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히 복합적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비즈니스의 규모는 조직이 감당해야 하는 비용의 크기에 따라 좌우되는데요, 이는 불완전한 계약의 특성상 리스크 헤징 등을 포함해 금융투자에 대한 기술적 필요성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비즈니스 모델은 주주 자본주의가 해당 비즈니스 조직을 지배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죠.

그러나 블록체인 상에서는 보다 완전에 가까운 계약을 작성할 수 있기 때문에 기업가와 혁신가들이 비즈니스에 대한 소유권과 지배력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사업적으로 성공하는 것과 금융 자본 사이의 인과관계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많이 희석되었지만, 블록체인의 도입으로 이것이 완전히 붕괴될 수 있는 것입니다. Human Capitalism의 시대가 시작되는 것입니다.

블록체인의 도입으로 기업가들은 사용자들을 위한 애플리케이션을 제작하여, 해당 기능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리고 모두가 고용될 수 있는 프로토콜에 출시할 수 있게 될 겁니다. 기업가는 결국 지갑에서 발생하는 결제를 관찰하는 역할이 되겠죠. 디자이너는 자신의 디자인을 프로토콜에 공개할 수 있게 될 겁니다. 최종소비자는 해당 디자인을 3D 프린터에 다운로드하여, 디자이너가 디자인을 마무리하는 즉시 제품을 구입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습니다.

소비자가 생산자와 직접 상호작용할 수 있는 능력은 현대의 경제 시스템에서 중개기관이 수행하는 역할을 대체하게 될 것입니다. 물론 물류와 같이 실질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는 살아남겠지만,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변호사, 회계사, 감사인 등의 역할은 대체되겠죠.

명심해야 할 것은 전통적인 기업들의 붕괴가 정부의 납세 구조를 붕괴시킬 수 있다는 것입니다. 블록체인이 기업과 정부에 미치는 영향에 따라 정부가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이죠. 때문에 이 경우에는 판매하거나 구매할 때 부과되는 부가가치세, 심지어는 다른 방식으로 세금이 부과될 수 있다는 것을 유의해야 합니다.


Conclusion

블록체인과 관련 기술의 지속적인 발전은 현재의 경제 상황에 큰 혼란을 야기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산업혁명은 위계를 갖춘 조직과 금융 자본주의에 기반한 비즈니스 모델을 탄생시켰지만, 블록체인 혁명은 인간 자본주의와 개인의 자율성이 지배하는 새로운 경제 체제를 만들어내고 있죠.

그것이 어떻게, 어디서부터 전개될 것인지는 현재로서는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기업가와 혁신가들은 항상 그래왔듯이 시행착오를 통해 지금의 불확실성을 해결하겠죠. 이러한 변화와 변화로부터 만들어지는 혼란을 정확히 파악하기도 전에 엄청난 재산이 새로 창출되고, 또 사라질 것이 분명합니다. 또 이미 그런 상황이고요.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블록체인 혁명이 중단될 때, 중단의 원인을 명확하게 규명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시도할 수 있는 모델을 명확하게 이해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점을 밝히며 글을 마무리하겠습니다.


번역소감

법과 경제 관련된 용어들이 많아서 번역이 어려웠지만, 그만큼 흥미로운 내용을 많이 담고 있는 글이라 재미있게 번역했습니다. 트렌드와는 거리가 멀고 개괄적인 내용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글이지만, 항상 트렌드를 파악하기에 앞서 한 분야의 본질과 그것과 얽혀있는 다양한 배경지식들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글에서 이야기하는 내용에 100%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단순히 기술을 배워서 빠르게 프로덕트를 만들어내는 것에 앞서서 가능한 좁은 분야를 가능한 브로드하게 이해하는 것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저도 마찬가지이고요. 다만, 트렌드 손놓고 있으면 FOMO를 느끼게 되니 이 분야는 공부해야 할 것이 많은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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