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미서점> 연출 기획과 그 과정

안녕하세요. 소피입니다(화미서점 연출, 김수미). 현재는 주 채널을 섭스택으로 이동했습니다. 제 컨텐츠가 더 궁금하신 분들은 뉴스레터 채널로 와주세요:).


첫 영화의 주제 : 사람의 상처는 무엇으로 봉합되는가?

촬영 과정에서 배운 것 : 인위적인 연출은 결국 지워진다.


<화미서점> 연출 계획서 김수미

위 글은 제 첫 연출작인 <화미서점>의 연출 기획서입니다. 첫 연출 기획서의 뼈대와 내용은 21년 10월13일에 정리되었습니다. 이 글은 후반 편집의 마무리가 완료된 시점인 22년 11월 06일에 적은 글입니다.


목차

  1. 시놉 및 연출의도

  2. 주제의식

  3. 연출 방향성 설정

  4. 촬영 방향성 설정

  5. 미술 방향성 설정

  6. 결론 및 개선방향


I. 시놉시스 및 연출의도

시놉시스

가족을 잃고 세상과 담을 쌓고 살아가는 한 남자, 자주 들리는 책방의 가족을 통해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어간다.

연출의도

상처입은 사람들끼리 서로 마음을 맞대어 가며 위로를 하는 모습을 그리고자 했다. 실, 바늘, 가죽이라는 소재가 각자의 캐릭터를 상징한다는 것을 연출을 통해 보여주려 하였다. 바늘같은 사람인 대식, 가죽같은 사람인 지희, 그리고 그 둘을 연결하는 실이 되어줄 지희의 아들, 성후.

성후는 대식에게 묻기 시작한다. 하늘에 있는 아빠에게 “글로도 말할 수 있어요?”라고. 가족을 잃은 후 세상에 마음의 문을 닫은 대식에게는 그 질문이 마냥 가볍지 않게 느껴진다. 성후를 보듬어주며 자신이 누군가를 위로해줄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을 깨달은 대식의 마음. 앞으로 대식에게 일어날 작은 변화의 가능성을 관객들과 함께 느끼고자 하였다.

II. 주제의식

  • 대식 : 따듯한 말 한 마디 못 해준 아버지

  • 성후 : 아버지의 모습을 그리워하는 아들

  • 지희 : 빠듯한 일상 속에서도 도전을 시도하려는 엄마

세 명의 사람들이 모여 서로에게 주고 받는 무언의 공감으로 자신들의 상처를 봉합합니다. 누군가는 상처를 이해하지 못하고(성후), 누군가는 새로운 도전을 통해 상처를 뒤로 하 려하고(지희), 누군가는 여전히 상처를 추모하지만(대식) 이 세 명의 사람들에게 가장 필요 한 것은 함께 슬픔을 공감해줄 누군가라는 것을 책방에서 일어난 짧은 사건을 통해 보여 주려고 하였습니다. 무엇보다도 상처를 입은 사람들을 단순한 연민의 대상으로만 혹은 지 나친 슬픔에 휩싸인 존재로 그리지 않으려 노력했으며 우리 삶에 필연적으로 맞닿아 있는 죽음이라는 소재를 통해 결과적으로 이 영화가 우리 모두의 이야기가 될 수 있도록 노력 합니다. 이를 위해 불필요한 클로즈업을 지양하고, 계속해서 인물과 일정 수준 이상의 거 리를 둔 카메라 위치를 유지하되, 인물의 감정을 가장 가까이에서 확인할 컷과 대사가 등 장하는 경우 거리의 풍경, 사운드의 활용을 통해 관객에게 생각할 틈과 여유를 제공하는 데 목적을 둡니다.

*참고 영화 레퍼런스 : 에드워드 양, 하나 그리고 둘(2000)

III. 연출 방향

  1. 주인공 선택 : 삶과 죽음, 그리고 타인의 시선

    이 영화의 주인공은 영웅도, 훌륭한 사람도, 대단히 성공한 사람도 아닙니다. 영화는 평범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어른 두 명과 아이 한 명이 책방에서 겪는 하루를 보여줄 뿐입니다. 평범해보이는 이 세 명에게 공통점이 있다면 모두 가족의 상실을 겪었다는 점입니다. 책방 주인 지희는 남편을, 지희의 아들은 아빠를, 책방 손님 대식은 부인과 딸을 잃었습니다. 정확히 어느 시점에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는지는 나오지 않지만 분 명한 것은 그들에게 가족의 죽음이 자신의 삶에 흔적처럼 남아있습니다.

    우리 삶에는 언제나 시작과 끝이 있습니다. 가장 첫 번째 시작인 삶과 그리고 가장 마지막 끝인 죽음. 죽음은 살아있는 사람들에게 어떤 흔적을 남기는지 카메라를 통해 한 발짝 멀리서, 그러나 편견없는 시선으로 그들의 삶을 지켜보려고 노력하였습니다.

    남자 주인공 대식은 오랫동안 상담 모임에 나가왔던 사람으로, 참여기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상담모임의 목표와 사람들의 기대에는 어울리지 못한 채, 여전히 해소되지 않는 상실감과 슬픔을 표출합니다. 주변 사람들의 못마땅한 눈초리와 대꾸를 통해 관객들을 이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한편, 가죽공방의 주인인 지희는 남편을 잃은 후, 아 들 성후를 혼자 기르면서도 책방이라는 새로운 공간에 도전합니다. 김애란의 소설 <입동>에도 나오는 내용이지만, 가족을 잃은 부인이 타인의 시선에 예민해지는 과정이 나옵니다. 타인의 불행을 대하는 시선은 당사자의 기쁨에 대해서는 ‘어떻게 그럴 수 있냐’는 냉정함이 되기도, 당사자의 슬픔에 대해서는 ‘아직도 그럴 때냐’라는 압박감 이 되기도 하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는 당사자에게 2차적 아픔으로 다가 와 또 다른 상처를 생산합니다. 이를 표현하기 위해 카메라는 정서를 느리면서도 편안하게 관찰해 관객들이 전개에 불편하지 않으면서도 깊이감 있게 몰입할 수 있도록 하고자 하였습니다.

    *참고 문헌 레퍼런스 : 김애란, 바깥은 여름(2017) *참고 영화 레퍼런스 : 고레에다 히로카즈, 걸어도 걸어도(2008)

  2. 소재 선택 : 시, 가죽, 바늘

    프리기간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되면서, 소재로 선택하였던 시, 가죽, 바늘 중 가죽 이외에 다른 소재에 대한 분량과 대사가 많이 줄어들게 됩니다. 시의 경우는 대사 리허설을 진행하던 중 배우님들께서 감정의 몰입도에 시 낭독보다는 현실적인 대사가 더 잘 맞았던 점에 맞추어 최종 대본에 첫 씬의 대사를 수정하게 됩니다. 다시 돌아보니, 이 지점이 상당히 아쉽고 자책감이 드는 부분이었기에 위와같은 시행착오를 반복하지 않기 위한 방법에 대해서도 고민해보게 됩니다. 시와 바늘 소재 모두 제가 대사를 통해서 직접적으로 소재를 드러내려고 했던 경우, 결과적으로는 과도하게 연출을 위한 연출이 되는 일이 많았습니다. 이와 같은 문제가 반복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사용하고 싶은 소재가 명확한 경우, 사용할 수 있는 연출적인 방법론은 정리해보고자 합니다.

    적극 활용하려고 했으나 의도보다는 약하게 활용된 소재 : 시

    아이야-이예현

    여러 밤들이 있었다 너무 밝아 잠들지 못하는 밤에

    나는 꺼놨던 핸드폰을 켰다 밝은 밤은 한층 더 밝아졌다

    정답이 존재하지 않는 걸 알면서도 정답을 찾고 있는 아이에게 빨간 크레파스를 쥐여주고 정답을 찾으라 했다

    아이는 정답을 찾고 있다

    어느 날

    아이는 빨간 크레파스를 잃어버렸고 아이는 빨간 크레파스가 없어졌다며 울었다

    (중략)

    아이야 너는 왜 울고있니 아이는 왜 울고 있었을까 아이는 왜 울고 있을까

    초고의 경우(아마도 5고 까지는), 첫 씬의 대식의 첫 대사부터 주인공은 시를 읊습니다. 대식이 이 시를 읊으면서 생각했을 사람은 먼저 세상을 떠난 본인의 아이였을 것입니다. 줄글로 길게 풀어 쓰는 것 이 아니라 짧은 형식 속에 깊은 생각과 느낌을 담아내는 문학 형식인 시. 시를 읊는 대식의 모습을 통해 우리는 자세한 내용이 생략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함축적인 몇 줄의 문장을 통해 대식이 마음에 지니고 있는 심상을 이해하게 됩니다. 결과적으로 관객에게 심상이 전달됨으로써 대식이라는 캐릭터를 이해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는 15분이라는 짧은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관객에게 압축적으로 메세지를 전달해야하는 단편 영화의 형식에도 적합하다고 판단했습니다.

    한편, 2씬에 대식이 읊는 시의 경우, 영화 촬영 장소인 ‘마당책방’의 운영자이신 이예현님의 시집 <아주 멋진 잠수였다>의 ‘아이야’에서 마지막 3줄을 차용하였습니다. 5고까지만해도 시를 낭송하는 대식의 대사가 살아있었으나 추후 대본 리허설을 하며 대사의 변경을 하게 되고, 시 낭송 대사는 생략하게 됩니다.

    • 생각만큼 적극 활용된 소재 : 가죽

    가죽은 동물로부터 벗긴 가죽을 무두질하여 얻어지는 제품으로 다양한 종류의 포유류 뿐 아니라 악어와 도마뱀 등의 가죽 역시 포함이 됩니다. 살아있던 짐승을 가죽으로 만드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두질인데, 무두질을 거치면 포유류의 생표피는 보존과 내열이라는 중요한 기능을 획득하며 가죽으로 변화합니다. 이 공정의 과정은 마치 지희가 삶 속에서 아무런 예고도 없이 남편을 잃으며 자신의 원래의 삶은 빼앗겼 을지라도, 자신만의 방법(공방 일을 통한 일상의 유지, 자신의 꿈이었던 출판산업에 대한 도전)으로 상처를 극복해나가는 현상과도 같다고 생각하여 지희의 직업을 가죽 공방의 운영자로 설정합니다.

    • 대사를 통해 직접적으로 소재 노출을 의도했으나 리허설 후 변경된 소재 : 바늘

    남자 주인공인 대식에게 가족의 상실은 자신이 바늘과 같은 사람이라는 슬픈 인식을 남깁니다. 대식은 따듯한 말 한 마디를 건네지 못했던 후회가 결국은 지난한 슬픔으로 바뀐 채, 가족에 대한 기억을 상실감의 형태로 간직한 사람입니다. 그에게는 누군가가 다가오는 것도, 누군가의 위로를 받아들이는 것도, 누군가에게 다가가는 것도 어려운 마음입니다. 그러나 영화 속에서 바늘같던 자신도, 누군가에게는 단순히 아픔을 주는 존재가 아니라,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3. 형식과 소재간 적합성 : 함축적 캐릭터

    화미책방은 짧은 상영시간의 단편 형식을 취하는 만큼 캐릭터들을 하나의 상징으로 함축시켰습니다. 이야기 속의 캐릭터들 자체를 하나의 상징으로 함축해보려 하였습니 다. 인물이 상징하는 소재를 통해 관객들이 직관적으로 영화의 메세지를 이해할 수 있 도록 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이를테면 직접적인 대사로도 표현되는 것과 같이 대식은 자기 자신을 바늘로 여기는 사람, 혼자 아들을 키우며 가죽 공방을 운영하는 가죽과 같은 사람, 그리고 아직 어린 성후는 그들을 바라보는 관찰자입니다.

    영화 속에서 대식은 두 번 언덕을 오르내립니다. 처음으로는 3씬에서 언덕을 혼자 한 번. 그리고 영화가 끝나기 전 9씬에서 지희와 성후와 함께 한 번. 언덕을 홀로 내려오는 대식의 행위는 대식이 카메라에 다가오는 구도입니다. 그리고 그 다가오는 발걸음 이후, 대식이 겪는 하루를 카메라는 먼 발치에서 지켜보게 됩니다. 마지막 씬에서 대 식은 다시 언덕을 오르며 카메라에서 멀어집니다. 대식이 계단을 오르내리는 행위가 마치 바늘이 천의 앞 뒤를 드나들며 꿰매는 방식을 상징하도록 영화를 그렸습니다. 이 상징성은 지희의 작업실에서 가죽을 꿰매는 지희의 모습 속에서 가장 뚜렷이 나타납 니다.

    캐릭터의 행위를 장소와 공간 속에서 보여주는 것을 주된 구도로 설정하기 위해, 카메라는 인물의 모습을 계속해서 배경 전경 속에서 그려냅니다.

    *참고 영화 레퍼런스 : 쩐아인홍, 그린파파야 향기(1994)

IV. 촬영 방향

편견없는 시선 : 다다미쇼트의 차용

누구 한 사람이 또 다른 누군가를 위에서 내려다보거나, 아래에서 올려다보지 않는다. 인물들과 카메라는 서로를 같은 위치에서 응시한다.

다다미쇼트의 미학을 가장 명료하게 나타내는 한자어가 있습니다. 바로 ‘관조(觀照)’ 입니다. 관조의 사전적인 의미는 “고요한 마음으로 사물이나 현상을 관찰하거나 비추어 봄” 입니다. 다다미쇼트를 탄생시킨 일본의 영화감독 오즈는 주로 다다미에 앉아서 생활하던 일본인들의 좌식문화에서 카메라 구도를 착안합니다. 카메라를 다다미에 앉아있는 사람 키에 고정하여, 피사체의 가장 자연스러운 모습을 롱 테이크 형식으로 잡아냅니다. 화미책방이 카메라를 경유해 주인공들을 바라보는 태도 역시 이런 관조의 성격을 띱니 다. 영화 콘티의 가장 핵심이 되는 구도들을 먼 곳에서 인물들을 장소와 함께 담아내는 고 정된 풀샷으로 구성하였기 때문입니다. 위 기법을 차용하여 주관적인 해석을 유발하는 카 메라의 움직임을 최대한 배제하고, 피사체로부터 한걸음 물러나 세상을 아무런 편견 없 이, 있는 그대로 영화에 담고자 합니다.

V. 미술 방향

인물 간 관계성의 표현 : 내적 공간과 외적 공간

가죽공방과 책방의 주인인 지희에게는 2가지 공간이 있습니다. 하나는 외부와 소통하기 위해 새로이 만들어낸 공간인 책방, 그리고 오랫동안 자신이 간직해온 공방의 창고입니 다. 두 공간은 각각 외부로 나아가려는 공적(公:public) 공간, 내밀한 감정들을 간직한 사 적(私:private) 공간을 상징합니다.

사람은 공(公)과 사(私) 두 가지 상반된 욕구를 지닙니다. 지희가 공적 공간에서 만난 대식이 지희와 성후의 가장 사적인 공간인 창고에서 둘에게 위로의 말을 던지는 것을 통해 더 이상 공 혹은 사만이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공과 사가 용합된다는 것을 보 여주고자 합니다. 따라서 미술은 지희의 사적 공간에 어떻게 공적 공간의 소품들이 자연 스럽게 추가되어 배치되는 지를 보여주는 데 중점을 둡니다.

주요공간

  1. 책방책이 전시 된 테이블, 사람들이 앉아 책을 보는 툇마루, 지희의 가죽공방 작업실이 보이는 창문. 창을 통해 보이는 재봉기. 뜯어지지 않은, 새로이 들어온 책 꾸러미들.

  2. 가죽공방의 창고 오랫동안 책이 쌓여온 책장, 지희의 메모가 드문드문 붙여진 나무 판넬, 가죽 프레스기. 가죽들이 층층이 쌓인 창고 선반. 뜯어지지 않은, 새로이 들어온 책 꾸러미들.

내부 미술
내부 미술
창고 미술
창고 미술
로케이션 답사를 통해 찍은 현장 사진
로케이션 답사를 통해 찍은 현장 사진
세팅된 현장 (창고)
세팅된 현장 (창고)
창고 디테일 샷
창고 디테일 샷

VI. 결론 및 개선방향

소재 관련 연출 한계점

  • 상징성이 강한 소재를 선택하는 경우

소재를 직접적으로 대사를 통해 노출하려고 하였던 연출은 결국 걸러지게 된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그 이유는 그 연출이 인위적이기 때문이고요. 배우의 감정 몰입도를 위해서든, 관객들의 감정선 연결을 위해서든, 결국 안 좋은 연출은 피드백을 통해 생략되고 변경되게 된다, 는 것을 깨달은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1. 첫 씬의 시 낭송.

2. 대식의 바늘 대사.

“그런 게 아니라. 아저씨는.

(사이) 아저씨 가슴에 너무 뾰족한 게 있으니까. 바늘이 너무 날카로워서 말이 되면 사람들이 아플까봐 그래서 글로 썼지.”

시 낭송 씬은 실제 공간에 생활하고 계신 분의 스토리를 담는다는 점에서 일종의 다큐적인 요소를 가미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바늘 소재를 노출하는 대사를 적으면서도 각자 캐릭터에게 소재를 부여하고자 했던 의도를 강하게 집어넣은 대사라고 생각했었는데. 다시금 돌아보니 (1) 작가의 의도가 과도하게 노출되는 연출은 걸러진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되었고, 그리고 (2)대사를 통한 직접적인 노출이 아닌 간접적인 방식의 소재 노출에 대한 고민을 해야한다는 점을 느낍니다. 당연히 처음부터 최고의 연출을 할 수는 없었겠지만, 제가 가지고 갈 수 있는 점들을 어떻게 연출로 풀어낼지 계속해서 배워가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다짐을 하게됩니다. 그래도 첫 영화이지 마지막 영화가 아니니까요. 아쉬운 점은 늘 있겠지만 저는 영화를 제작해나가는 작업을 너무 사랑하고, 앞으로도 계속 저의 영화, 저의 커뮤니티, 저의 스토리가 담긴 무언가를 풀어나가는 사람이 되려고 합니다.

추후 개선 방향

관객에게 의도하는 메세지를 가장 자연스럽게 전달할 수 있는 방법론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에 대한 고민을 통해 어떤 컷을 어떻게 찍고 싶은지가 감독 머릿속에 구체적으로 그려지는 것이 먼저라는 것을 체감하는 영화 제작 경험이었습니다. 역시 가장 뚜렷한 메세지는 자연스럽게 와닿아야한다는 점을 상기하게 됩니다. 저도 한 명의 관객으로서 감정 혹은 메세지를 강요당하는 느낌이 들 때, 그 영화에 대한 흥미가 떨어졌으니까요. 소재를 보여줄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직접적인 노출이 아닌 방법 3가지를 추려보았습니다.

(1) 인서트 컷으로 소재를 반복적 관객에게 노출

(2) 풀샷에서의 관객의 시선이 가는 곳에 노출

(3) 공통적인 형태를 활용한 이미지 연상작용

사실 다음 작품에서 꼭 시도해보고 싶은 방식인데, 앞 쇼트와 뒷 쇼트를 연결하는 가장 추상적이면서 창의적인 방식이라고 여기는 방법론 중 하나다. 앞 쇼트와 뒷 쇼트를 붙일 때는 강력한 공통점이나 스토리적인 내적 연결성이 필요한데, 보통 가장 일반적인 두 가지 축은 공간과 시간의 연결성입니다. 그러나 가끔씩 소품의 크기나 형태를 통한 쇼트의 연결이 일어나기도 하는데요.

앞 쇼트에 등장한 뼈다귀가
앞 쇼트에 등장한 뼈다귀가
자연스럽게 뒷 쇼트의 우주선으로 연결되는
자연스럽게 뒷 쇼트의 우주선으로 연결되는

스탠리 큐브릭의 스페이스 오디세이(1968)에서 등장하는 그 유명한 매치컷은 유인원이 던지는 뼈다귀를 우주선으로 바꾸며, 순식간에 그러나 자연스럽게 수천년의 시간을 보내버린 것입니다.

또 다른 걸작 알프레드 히치콕의 싸이코에서도 비쥬얼 매치컷이 나타나는데요. 히치콕의 모든 영화들을 통틀어 가장 유명하다고 여겨지는여주인공 샤워 씬. 독특한 촬영기법과 편집만으로 스릴러 장르를 완성시킨 것인데, 이 영화는 실제로 찌르는 장면은 촬영하지 않고도 관객에게 긴장감을 유발한 스릴러 장르물은 연출한 것으로 유명합니다. 따라서 피사체에 대한 끊임없는 관찰을 해야 하는 것이 연출의 책임이라는 것을 또 깨닫습니다.

물론 여기에 추가적으로 더해지는 것이 아름다운 고퀄리티의 음악을 배경에 깔은 것인데요. 영화는 연속된 이미지와 사운드의 결합으로 완성되는 종합예술의 형식을 띄다 보니, 연출을 위해서는 시각적으로 뿐만 아니라 사운드적으로도 예민한 감각을 가져야한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운이 좋게도 이번 영화 작업에는 좋은 작곡가님을 연결받아 작업을 마쳤는데, 앞으로도 좋은 뮤지션분들과 협력하며 재미있는 작업들을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글을 마무리하려 합니다.

다시금 현장세팅과 촬영 콘티의 흔적을 들여다보니 함께 해 준 모든 친구들과 스태프님들 덕분에 이를 만들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함께 하는 작업에서 느낄 수 있는 협동심과 감사함을 느끼게 해준 모두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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